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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투자일기

레버리지 활용 투자 일기

by 듀스멍멍이 2023. 2. 20.

레버리지 활용이라 참 있어 보이는 말이다. 사실 그냥 대출해서 주식한다는 소리다.

나는 현재 농협에서 9,490만 원, 회사에서 8,490만 원을 신용 대출받았다. 그리고 주택담보대출도 따로 있다.

 

코로나가 터졌을 때 투자금 500만 원으로 시작했던 주식이 폭락했다. 그 시기 아이가 태어나면서 휴직을 하고 아이가 잠을 자는 동안 주식 공부를 시작했다. 때마침 동학개미운동, 투자 열풍이 불면서 유튜브나 블로그에선 주식 투자 관련 내용들이 넘쳐나던 시기였다. 다행히 급등주를 알려준다는 그런 정보에 빠지지 않고 나름 가치 있는 정보를 찾아서 공부하고 투자하다 보니 -30% 정도 되었던 수익률에서 다시 원금 500만 원으로 돌아갔다. 비록 원점으로 다시 돌아온 거긴 하지만 350만 원에서 500만 원을 만들려면 수익률이 43% 정도 되어야 한다. 당연히 실력은 아니었고 공부를 해서도 아니었다. 되돌아보니 그냥 유동성의 힘으로 인한 운이 작용했다.


투자했던 한 종목이 상한가를 맞고 이것저것 아무 거나 사도 수익이 나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주식 공부하는 방법을 깨달았다고 생각하고 돈을 더 부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당연히 그 당시에는 건방지게도 그게 운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튼 간이 크지 않은 나여서 아내와 함께 이런저런 상의를 해보았다. 참고로 아내와 내가 동시에 휴직을 해서 6개월 동안 휴직 수당 100만 원 좀 넘는 돈을 제외하면 수입이 없었다. 물론 그전 해에 휴직하기 위해서 성과급이랑 명절휴가비 등을 차곡차곡 모아놨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집도 사서 매달 주택담보대출 상환금액도 110만 원 정도 있었다. 수입은 없고 이미 주택담보대출금도 갚아야 되는 상황에서 한 번도 해보지 않는 신용대출을 하려니 겁이 났다. 그때는 내 머릿속에 대출이란 개념보다는 빚이라는 개념이 더 컸다.

참고로 우리 집은 아빠가 공무원이었는데 삼촌들이랑 직장 동료들 보증으로 대출해서 주식 투자하다가 내가 6학년이 되던 무렵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망했다. 아버지랑 어머니는 이혼하고 나는 왔다 갔다 하며 살았다.

 

나는 결국 아내랑 긴 상의 끝에 신용 대출 8,700만 원을 주식 투자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대출했다고 동료 형들에게 말하니 내 사정을 잘 아는 형이 아들은 아버지 인생 따라간다고 진짜 조심하라고 했다. 워낙 친한 사이라서 박장대소하긴 했지만 무섭기도 했다. 지금도 그 형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그 이야기를 하는데 참 무서우면서도 여전히 웃기다.

2020-편한가계부-대출이자-내역
2020-편한가계부-대출이자-내역

아무튼 그때부터 대출 이자를 내야 됐다. 이자는 돈을 빌려 사용하는 대여료다. 그 당시는 돈 값이 싸고(저금리) 그래도 탄탄한 회사에 있다 보니 이율이 2% 초반이었다. 대략 19만 원 정도 매달 이자를 냈다. 휴직하고 있었지만 신용 대출은 직전 해 소득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이상 없이 잘 나왔다. 이후로 1년 반동안 계속 휴직을 했는데도 대출은 이상 없이 연장할 수 있었다.

워렌버핏-찰리멍거
출처-Project스노우볼-2022-버크셔-해서웨이-주주총회

평범한 회사고 사실 월급도 그리 많지 않다 보니 항상 부족함과 아쉬움을 느꼈는데 이런 대출을 가능하게 하는 혜택을 가지고 있었다. 이 회사에 들어오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이 참된 투자였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과 동시에 직장 생활 10년 정도를 했는데 신용 대출과 같은 혜택을 그동안 누리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도 함께 느꼈다. 바보같이 길었던 저금리 시대를 몇 년 누리지도 못하고 시간을 보내버렸다. 직장 생활 시작하고는 당장 즐거운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해외여행을 자주 가고 적금을 조금씩 넣었다. 큰 금액의 신용 대출은 정말 지금 생각해도 쉽게 주어지는 혜택이 아니다. 대출은 빚이 아니라 큰 혜택이었다.

그 후, 투자 금액은 둘이서 모아두었던 돈 1,600만원과 대출금 8,750만 원을 합쳐서 1억 조금 넘는 돈이 되었다. 너무 큰 금액이다 보니 당시에 5천만 원 정도는 쓰지도 않고 놔두었다. 항상 50% 이상의 현금 비율을 유지했다. 유지했다기보다는 겁이 나서 쓸 수가 없었다. 그렇게 코로나 이후 유동성 장세에 투자하다 보니 계좌는 점차 불어났다. 2020년 수익금은 4천만 원 정도 되었다. 50% 수익률을 얻었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100% 넘는 수익률을 얻는 동안 바보 같이 여기저기 마구잡이 투자를 하다 보니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친구들은 2차 전지 관련 주를 묵직하게 보유하다 보니 큰 수익률을 얻었다. 수익금은 기대했던 것보다 컸지만 비교적 수익률이 낮은 것에 대해 상심이 컸다. 사실은 지금 생각하면 수익률은 낮지만 수익금을 크게 얻은 게 큰 성과인데 말이다.

어느 투자 블로그에서 중요한 건 수익률이 아니라 비중이라는 말을 읽었다. 당시의 나로서 큰 비중을 실었다는 것에 대해 참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돌아봐서 유동성 장세였지, 그 당시에는 주식이 그렇게 쉽게 올라가는 구나하고 쉽게 생각할 때였다. 정말 위험한 생각이었다. 아무튼 운 좋게 큰 수익금을 얻고 2021년에도 운이 좋게 8천만 원의 수익금을 얻었다. 아내랑 교대로 휴직을 복직과 바꿨다. 일을 하면서 투자를 계속해나갔다. 너무 재밌어서 하루 종일 관련 블로그나 유튜브를 찾아보면서 공부했다.

그리고 전체 장이 꺾이기 시작할 무렵 이제는 대출을 갚아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아내와 상의 끝에 신용 대출 8,750만 원을 갚았다. 큰돈을 갚았는데도 그와 같은 돈이 내 계좌에 남아있는 게 신기했다. 정말 운 좋은 시기에 투자를 했다. 둘이 합쳐 3년간 육아휴직을 하고도 통장에 큰돈이 남아있었다. 대출 상환 기념으로 장인, 장모님과 소고기 파티를 했다. 좋은 시기에 잘 대출해서 잘 상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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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금리는 높게 치솟았고 주식 시장은 박살이 났다. 금리는 높았지만 과하게 저렴해진 주식 시장을 그냥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군침이 돌았다고 해야 할까? 다시 아내와 상의를 했다. 대출이자는 대충 5% 후반이었다. 2020년과 비교하면 대출이자를 두 배 이상 내야 했다. 과하게 폭락한 주식 시장에서 1년 뒤 6% 이상 벌 자신이 있으면 대출을 선택하면 됐다. 그리고 2022년 8월 말 다시 9,490만 원을 농협에서 신용 대출받았다. 한 달 이자는 44만 원 정도였다. 비슷한 금액이었지만 한 달에 내야 하는 이자는 두 배가 넘었다.

 

  은행에서 받은 돈을 달러로 환전해 미국주식을 본격적으로 키워나갔다. 주요 투자 섹터는 에너지 관련 섹터였다. 미국에 있는 정유/탱커 종목에 집중 투자했다. 다행히 결과는 좋았고 여전히 다른 주식들은 저렴했다. 그래서 또 아내와 상의를 했다. 대출을 더 내자고 지금 주식이 너무 싸서 군침이 돈다고 말했다. 1년 뒤 6% 수익은 물론 10% 이상도 벌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5만 원 대로 내려왔고 아무거나 담아도 1년 뒤 주가는 10% 이상 올라갈 것 같았다.

 

  긴 상의 끝에 회사에서 가능한 대출을 8,490만 원 받았다. 현재 1억 8천만 원에 가까운 대출을 활용해서 주식을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해 원금 상환을 제외하고 이자 금액만 900만 원이었다. 물론 주택담보대출 상환금액은 제외였다. 회사에서 받은 대출은 원금도 같이 갚아야 돼서 현재 매달 88만 원 정도 나가고 있다. 한 달 상환하는 금액을 계산하면 농협 신용대출 이자만 44만 원, 회사 대출 원금포함(10년 상환) 88만 원, 주택담보대출 원금포함 114만 원, 총 250만 원 정도 된다. 원금을 제외하고 이자만 계산하니 100만 원 정도 됐던 것 같다. 그 돈은 그냥 은행에 고스란히 바치는 돈이다. 1년에 최소한 1,200만 원 이상은 벌어야 수익이다. 거의 자영업 하는 느낌으로 투자하고 있다. 한 달에 월세 100만 원 내고 투자 가게를 창업한 것이다.

신용대출
은행-신용대출

  사실 일년에 이자가 1,000만 원 넘게 나가는 것을 최근에 계산하다가 알았다. 회사 대출 상환 금액은 월급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다 보니 직장생활 10년 차 내 월급은 200만 원 수준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절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그냥 내 원래 월급이 200만 원이다라고 생각하다 보니 그에 맞는 생활을 하게 된다.

 

  우리 가정의 가계는 성과급, 수당, 명절휴가비 등을 제외한 제일 기본 월급을 기준으로 생활이 가능하게 세팅했다. 성과급, 수당, 명절휴가비 등 추가로 나오는 수입들은 바로 주식 계좌로 입수시킨다. 회사 동료들은 그런 돈은 원래 없던 돈이다 생각하고 쇼핑하거나 여행 간다고 하는데 나는 없던 돈이다 생각하고 주식을 산다. 그러다 보니 더 이상 대출을 하지 않아도 매년 투자금액은 조금씩 늘고 있다. 월급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제야 깨닫는다. 마켓 타이밍은 절대 예상할 수 없으므로 꾸준히 매수하는 것이 정답이다. 대출금은 큰돈이 증권계좌에 있다 보니 어쩔 수없이 자꾸 한 번에 주식을 사게 만든다. 하지만 매년 정해진 기간에 나오는 성과급, 수당, 명절휴가비 등은 분할매수를 가능하게 만든다.

 

  사실 많은 대출을 내지 않더라도 내 생활을 졸라매고 아낀 돈으로 매월 적립식 투자를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만약 아내가 대출에 동의하지 않고 나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았더라도 그렇게 투자했을 것이다. 아내는 내가 대출할까 말까 고민할 때 자꾸 묻지 말고 그냥 하라고 말했다. 옆에서 하루 종일 대출할까 말까 이 말만 수백 번 했던 것 같다. 매일 눈만 마주치면 대출할까 말까? 그냥 지를까? 아니다 망할 수 있다, 조심하자. 아니다, 지금은 물려봤자 더 바닥이 없다, 지르자! 이러다 보니 그냥 아 빨리 대출해라는 말이 돌아왔다.

강아지
강아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개털 될지도 모른다. 개털 될 두려움을 이겨내고 열심히 공부해서 투자해야겠다.

 

투자는 재밌고 개털 되는 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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